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 그 경계에 서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 이 말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관계를 맺으며 신뢰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과정 속에서 삶이 흘러간다. 우리는 그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혹은 신뢰가 진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본질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관계의 또 다른 면을 바라보고자 한다.
신뢰의 허상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을 믿어야 한다고 배운다. 믿음이 없이는 관계가 유지될 수 없고, 믿음이 깨진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제나 순수한 형태일까? 우리는 종종 믿음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이용한다. 상대방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혹은 신뢰를 앞세워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믿음이란 정말 관계의 필수 요소일까? 혹은 그것은 단순한 도구일 뿐일까?
어떤 이는 말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신뢰는 계산이 없으며,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고. 그러나 신뢰라는 개념은 애초부터 인간 사회에서 매우 유동적이다. 우리는 친구를 믿고 가족을 믿지만, 때로는 그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믿음이란 결국 상대방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결국 신뢰란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 관계의 본질은 아닐지도 모른다.
관계의 본질: 이용의 균형
신뢰가 인간관계의 핵심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인간관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용의 균형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연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 속에는 위로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 숨어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부모는 자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식은 부모를 통해 보호받는다. 직장 동료, 친구, 심지어 낯선 이들과의 만남도 각자의 목적과 필요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어떤 관계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용당하기만 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반대로, 한쪽이 계속 이용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관계는 깨지고 만다. 따라서 건강한 관계는 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로 존재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지만, 그 행위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상적인 관계일 수 있다.
이용의 윤리
이용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부정적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용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타인을 이용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이용과 이용당함 속에서 삶을 지속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우리는 상대를 이용하면서도 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이 가진 감정과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친구 사이에서도 한쪽이 지속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결국 관계는 무너진다. 그러나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맞춘다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비윤리적인 이용이다.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착취하거나, 그의 신뢰를 악용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피해야 할 관계의 모습이다.
사랑과 신뢰, 그리고 이용
사랑은 신뢰의 문제일까, 아니면 이용의 문제일까? 많은 이들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 신뢰를 강조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믿음 없이는 사랑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그러나 사랑 또한 이용의 한 형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으며, 때로는 삶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그것이 순수한 감정이든, 무의식적인 기대든 간에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니다.
사랑은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랑을 주면서도,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한다. 연인의 다정한 말, 가족의 따뜻한 관심, 친구의 위로.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사랑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관계는 균열을 일으킨다.
경계에서 바라보기
우리는 이용하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를 구분하려 하지만, 사실 이 둘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삶 속에서 완전한 신뢰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이용하며 관계를 지속한다. 그러나 그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는 상대를 이용하면서도 존중해야 하고, 그 속에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인간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믿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의심하고, 신뢰를 쌓으면서도 서로를 이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용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이용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윤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경계에 선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를 이용하고,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곧, 인간관계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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