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에 숨겨진 소중한 것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을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감정이나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고 있을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우리 눈앞에 놓여 있는 것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익숙함 속에서 빛을 잃는다. 가치 있는 것들이 때로는 쉽게 지나쳐지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나중에서야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방식, 즉 우리의 시각이 미처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치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무가치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된다. 한 아이가 유난히 낡은 인형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른의 눈에는 그것이 낡고 헤진 천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는 그 인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일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친구이며, 외로운 밤을 함께 견뎌낸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치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것이며, 누구의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너무 쉽게 잊는다. 대개 사람들은 보이는 겉모습이나 사회적 기준에 따라 가치 여부를 판단한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것, 화려한 것, 남들이 인정하는 것들만이 소중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의미와 연결의 깊이다. 우리가 익숙하다는 이유로 간과하는 것들 속에는 예상치 못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숨어 있다.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면, 우리는 스스로를 빈손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왜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너무도 익숙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눈앞에 항상 있는 것들은 자연스레 배경이 된다. 공기가 늘 곁에 있다고 해서 그것의 소중함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존재의 의미를 잊힌다. 하지만 공기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숨 쉴 수 없는 절박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늘 곁에 있어서, 혹은 당연한 존재로 여기다가 어느 날 문득 사라졌을 때, 비로소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라진 후에야 깨닫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시선이다.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지닌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때로는 하찮아 보이는 것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문득 마주친 한마디의 말이, 우연히 들려온 음악 한 소절이,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가 우리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를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세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기존의 틀과 기준에 갇혀 있는 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가치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려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 익숙함을 뛰어넘어, 그것이 왜 존재하는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또한, 감정적인 교감을 통해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작은 행동 하나, 무심코 건넨 한 마디가 가슴 깊이 와닿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의미가 피어나고, 그 의미 속에서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 반대로, 사랑 없는 시선에서는 어떤 것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우리가 사물과 관계를 맺고, 애정을 담아 바라볼 때, 그 가치는 더욱 깊어진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로 길러야 하는 능력은 ‘가치를 발견하는 눈’이다. 그것은 단순한 관찰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자. 매일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 늘 함께하는 사람들,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음미해 보자. 그것들을 온전히 알아보는 식견을 가질 때, 우리는 더 깊고 넓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