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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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말과 글"

by 스토리 플레이어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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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안목의 거울, 말과 글 – 삶의 무늬를 비추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울음으로 세상에 나왔고, 그 울음은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문장을 익히고, 점차 생각을 표현하게 되었다. 말과 글은 그렇게 우리의 사고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고, 동시에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창이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내뱉는 말, 지금 우리가 써내려가는 글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곧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삶의 무늬, 경험의 축적, 사유의 깊이, 그리고 판단의 결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지표다. 말과 글은 우연히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내면에 쌓인 지성과 안목의 결과로, 우리 존재가 얼마나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지식이 얕은 사람은 말의 끝이 빠르고, 생각이 짧은 사람은 말의 무게가 가볍다. 반면 삶을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온 이의 말은 단어 하나에도 울림이 있다. 문장 하나에도 살아온 시간이 배어 있다. 그 차이는 단순히 언변이나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글을 쓰는지는, 곧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드러낸다. 누군가는 상처를 말로 흘리고, 누군가는 그 상처를 가만히 감싸 안는다. 누군가는 삶의 고통을 시로 녹여내고, 누군가는 고통을 말 대신 침묵으로 삼킨다. 그리고 그 선택은 모두, 그 사람의 내면에서 오랜 시간 빚어진 지성과 안목의 결실이다.

 

철학은 이 점을 오래전부터 강조해왔다.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이며, 그 사유의 흔적은 언어로 나타난다고. 언어는 단지 전달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내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가는 곧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보여준다. 내가 무엇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가는 곧 내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가의 결과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떤 문장을 세상에 내놓고 있는가?
그 말과 글은 나의 삶을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

 

말과 글은 자주 사소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아무리 겉모습이 그럴듯해도, 결국 말을 통해 그 사람의 깊이는 드러난다. 진심이 없는 말은 허공에 흩어지고, 공감 없는 문장은 독자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결국, 말과 글은 우리 인생 전체의 태도를 대변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의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말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무뎌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글이 얄팍해졌다는 것은, 나의 생각이 깊지 못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때로는 내 말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을 통해, 내가 얼마나 성찰 없이 살아왔는지를 깨닫기도 한다. 말은 바깥을 향하지만, 실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삶은 언제나 언어로 정리된다. 기억은 말로 남고, 상처는 문장으로 치유되며, 꿈은 글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다시 만든다. 결국, 말과 글을 단정하게 다듬는 일은, 곧 나 자신을 정돈하는 일이기도 하다.

 

말을 통해 나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글을 통해 타인의 세계와 연결된다. 그 둘은 내 안의 세계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창을 더 맑고 깊게 가꾸어야 한다. 깊은 사유, 겸손한 태도, 정제된 표현. 그것들은 모두 우리 삶을 한 뼘 더 성숙하게 만든다.

 

말과 글이 곧 삶의 지표라면, 우리는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지금 내가 쓰는 단어들이 날카롭거나 허세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내 내면 어딘가가 아프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반대로, 부드럽고 조화로운 문장이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그것은 내가 삶과 어느 정도 화해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평생 말과 글을 쓰며 산다. 그것은 단지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그러니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면, 더 나은 언어를 준비해야 한다. 더 지혜로운 삶을 원한다면, 더 깊은 말을 익혀야 한다. 우리의 말이 곧 우리 삶을 정의하고, 우리의 글이 결국 우리 기억의 모양이 된다.

 

말과 글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응축이다. 그것은 축적된 사유이고, 다져진 감각이며, 스스로를 다룰 줄 아는 태도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어떤 문장을 남기고 싶은가? 그것은 곧,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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