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 삶은 흐르는 물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삶은 흐르는 물이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한때는 이 말이 너무도 차가웠다. 고통에 잠긴 이에게, 위로랍시고 던져지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몇 번의 기쁨과 몇 번의 상실을 지나온 지금, 나는 이 짧은 문장이 지닌 깊은 자비와 지혜를 이해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감정을 마주한다. 사랑과 기쁨, 분노와 아픔, 설렘과 좌절.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 우리가 간절히 붙잡으려는 것도, 반드시 밀쳐내고 싶은 것도 시간 앞에서는 머물지 못한다.

기뻤던 순간도 지나가고,
눈물로 얼룩졌던 밤도 지나간다.
절망의 터널도 지나가고,
그토록 원했던 성공조차 결국 지나간다.

삶은 거대한 강물처럼 흐른다. 고요할 때도 있고, 소용돌이칠 때도 있으며, 잠시 멈춘 듯 보이다가도 언제나 흐르고 또 흐른다.

 

무상(無常)의 진리를 받아들인다는 것

 

불교의 중심 가르침 중 하나는 **무상(無常)**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진리. 이 말은 냉정한 현실의 선언이 아니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기도 하다.

누군가 떠나간다고 해서 나만 버려졌다고 느끼지 않게 되고,
기쁜 일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만이 전부인 줄 착각하지 않게 된다.
무상함을 안다는 것은 모든 감정과 사건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이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느끼되, 그것에 묶이지 않는 자유를 얻는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기에 견딜 수 있다

 

가장 큰 고통은 그것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온다. 실연의 아픔도, 실패의 충격도, 상실의 슬픔도... 마음은 늘 묻는다.
“이 고통은 언제 끝나지?”
그럴 때 법륜스님의 말은, 다정하면서도 분명하게 속삭인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견딜 수 있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숨을 고를 수 있다. 마치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이 온다는 걸 믿는 마음처럼, 지금의 고통 또한 반드시 흐르고, 흐르고, 흐른 끝에 사라질 것임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반대로, 기쁨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아는 마음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히 하게 만든다.
지금 웃고 있는 얼굴, 마주한 따뜻한 손, 귓가에 스치는 음악 한 자락까지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찰나의 시간을 더 깊이 음미하게 해준다.

 

붙잡지 않음의 자유

 

삶의 괴로움은 무언가를 꼭 쥐고 놓지 않으려 할 때 생긴다. 사랑을 붙잡고, 명예를 붙잡고, 젊음을 붙잡으려 하고, 사람을, 기억을, 과거를, 미래를 붙잡는다.

그러나 삶은 강물이다. 움켜쥐려 하면 손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내려놓아야 한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두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갑니다.”
이 말은 붙잡지 않음의 지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용기를 가르친다.

슬픔은 흘러가게 하고, 기쁨도 흘러가게 한다.
그러면 그 자리에 고요한 평화가 남는다. 그 어떤 감정보다 깊은 평화.
바로 깨어있는 마음이다.

 

시간은 치유가 아니라 관조이다

 

흔히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우리를 바라보게 만든다. 지나간 시간을 통해 우리는 ‘그 때 왜 그렇게 괴로웠는지’, ‘그 일이 정말 그렇게 중요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간은 단순히 치유의 약이 아니다. 시간은 우리로 하여금 감정과 사건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게 한다. 그 눈이 깊어질수록,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결국 모든 지혜는 여기서 출발한다.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갈 것임을 아는 마음.”

 

영원한 것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땐 미처 몰랐다. 그게 마지막인 줄은.”
삶이 무상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모든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각성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더 많이 표현하고, 더 자주 감사하고, 더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지금의 나 자신, 지금 펼쳐진 풍경.
모두 ‘지나갈 것들’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 귀하고 더 아름답다.

 

고요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

 

법륜스님의 말씀은 결코 현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온전히 삶을 살아가되, 그것에 휘둘리지 말라는 초대이다.
지나감을 아는 마음은 절제된 열정, 고요한 용기, 깊은 자각을 우리 안에 심는다.

삶은 여전히 흐를 것이다.
기쁨이 밀려오고, 고통이 찾아오고, 이별과 만남이 교차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모든 것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음을.
“이 또한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