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얼굴을 다시 보다"

– “고통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깨어날 기회입니다.” – 법륜스님

우리는 고통을 피하려 한다. 고통은 나쁜 것, 불행한 것,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아프면 약을 먹고, 마음이 괴로우면 누군가를 탓하거나, 상황을 바꾸려 한다. 때로는 도망치고, 때로는 애써 무시한다. 그러나 고통은 그렇게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피할수록 더욱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법륜스님은 말씀하신다.
“고통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깨어날 기회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고통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다. 고통은 우리가 피해가야 할 저주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집착하고 있는지, 무엇에 매달려 괴로워하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고통은 괴로움이 아니라 깨어남의 문턱이다.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이 외부에서 온다고 믿는다. 누군가가 나를 배신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고통의 뿌리는 외부 사건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기대와 집착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기대가 깨질 때 우리는 아프다. 원하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실망한다. 이 모든 감정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고통은 말한다.
“지금 당신은 집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통은 단순한 벌이 아니라, 자기 탐색의 기회이다. 무엇에 그렇게 기대고 있었는지, 무엇을 놓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우리는 한 겹 더 깊어진다. 그것이 바로 ‘깨어남’이다.

 

고통의 순간, 거울 앞에 서기

누군가의 한마디 말에 마음이 휘청거릴 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왜 나는 저 말에 이렇게 흔들리는가?”

실패 앞에서 자책이 들끓을 때도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떤 기대를 품고 있었기에 이렇게 무너지는가?”

이처럼 고통의 순간은 우리를 거울 앞에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진짜 너는 누구인가?

철학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여정이다. 고통은 그 철학적 사유의 시작점이 된다. 아프기 때문에 묻고, 묻기 때문에 깨어난다. 그 깨어남이 쌓이면, 어느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성숙을 위한 신호로 보이게 된다.

 

고통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누구도 고통을 사랑하지는 못한다. 고통은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괴롭다. 그러나 고통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내 안에서 그것이 만들어낸 파장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해란 거리를 두는 능력이다. 고통에 빠져 있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힘이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빠져 허우적대던 사람이 한 발짝 밖으로 나와, 파도 전체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고통은 이해받을 때 조용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고통은 단지 괴로움이 아니라, 나를 한 발짝 더 성장시키는 인생의 질문으로 바뀐다.

 

삶은 나를 깨우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 질문은 철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기 쉽다. 하지만 실제 삶은 우리 각자에게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 “너는 왜 그토록 완벽하려 하는가?”
• “그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왜 그토록 흔들리는가?”
• “무엇을 이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이 질문들의 바탕에는 대부분 고통이 있다. 삶은 우리를 힘들게 함으로써, 우리 안의 진실을 끌어올린다. 삶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아프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깨어나게 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기 위해 고통이라는 방식으로 말을 건다.

고통은 때로 가장 위대한 선생이다. 말은 없지만, 침묵으로 진실을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걸어가는 삶

고통은 끝이 아니다. 깨어남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고통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고, 자신을 직면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삶은 한층 더 자유로워진다.

삶은 늘 완전하지 않다. 실수하고, 기대에 어긋나고, 이뤄지지 않는 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성장하고, 배운다. 고통 없이 피는 꽃은 없다. 그러니 고통을 피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삶의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고통은 괴로운 것이 아니라 깨어날 기회입니다.”

그 고통 앞에서 우리가 도망치지 않고, 단단히 서서, 조용히 눈을 마주칠 수 있다면, 삶은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고통은 더 이상 삶을 방해하는 그림자가 아니라, 우리를 삶의 본질로 이끄는 빛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