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은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남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괴로움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짧은 문장은 오랜 시간 삶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너무 단호하게 들릴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거나, 부당하게 대하거나, 거칠게 몰아붙일 때, 그로 인한 괴로움이 ‘내 선택’이라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철학은 묻는다. “그 감정은 정말 타인의 행동 때문인가, 아니면 그 행동에 대한 당신의 해석과 반응 때문인가?”

이 문장은 우리에게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으라고 한다. 괴로움을 만드는 사람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괴로움을 선택하고 있는 자신 안에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우리를 상처에서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책임을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깨달음이다.

 

 

타인의 행동은 조건일 뿐, 괴로움은 반응이다

 

누군가 나에게 차가운 말을 한다고 하자. 그 말 한마디는 하나의 자극일 뿐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내가 느끼는 감정, 즉 상처, 분노, 수치심, 슬픔은 자극 자체에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극에 대한 내 반응과 해석이 감정을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가 “넌 참 무능해”라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A는 그 말을 듣고 밤새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B는 그 말을 듣고,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할까?’ 하고 관찰할 뿐이다.
C는 오히려 피식 웃으며 지나간다.

같은 말, 같은 상황인데 왜 반응은 이렇게 다를까?
그 차이는 누가 감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에 있다. A는 타인의 말에 자신을 맡겼고, B와 C는 스스로 반응을 선택했다. 이처럼 괴로움은 외부의 상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와 태도가 결정한다.

 

 

감정은 자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상처받는 사람이다.” “나는 예민해서 잘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감정은 본질적으로 습관적 반응이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방식대로 반응할 뿐이다. 그리고 그 습관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자신의 본성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 감정의 습관은 진실인가?”
“나는 정말 그렇게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그 사람이 내 기분을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괴로움에 대해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길들여진 결과일 뿐이라는 자각. 그리고 그것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나를 괴롭히는 진짜 존재는 누구인가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해요.”
“그 말이 너무 상처였어요.”
“그 일 때문에 지금도 괴로워요.”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보면 알게 된다.
그 사람이 그 말을 한 것은 하루의 일이고,
그 일은 이미 끝난 과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그 기억을 품고, 되새기고,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한다. 마치 스스로 그 상처를 반복 재생하는 감정의 고문기계와도 같다.

 

진짜 문제는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하고 되새기는 나 자신이다. 즉, 나를 괴롭히는 것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을 놓지 못하는 나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말의 깊은 의미다. 우리는 자주 외부의 탓을 하지만, 정작 자신이 계속해서 괴로움을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자유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괴로움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존재다.
그러나 자유는 감정 앞에서 무기력하게 끌려가지 않고, 그것을 관찰하고 선택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누가 나를 비난했을 때, 나는 선택할 수 있다.
그 말에 상처받을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고통을 역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이다.

그 선택을 자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는다. 우리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되찾는 삶

 

괴로움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삶의 주도권을 내 손에 쥐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말에 내 하루를 맡기지 않겠다.
누군가의 비난에 내 자존감을 팔지 않겠다.
누군가의 무시에 내 존재를 의심하지 않겠다.

나는 나의 평온을, 나의 중심을, 나의 감정을 스스로 지킬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 설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타인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괴로움을 선택하고 있다.
이 깨달음은 처음에는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가장 따뜻한 위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우리는 괴로움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삶은 날마다 크고 작은 자극으로 흔들린다. 그러나 감정은 언제나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괴로움이 다가올 때마다,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지금 이 괴로움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그 한마디에서 자유가 시작된다.